대검찰청은 5일 오후 6시 1분 기자단에 공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30자(字)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로부터)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중략)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는 내용이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一家)와 관련한 압수 수색을 하기 전에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발언한 것을 공개 반박한 것이다.

불켜진 서울중앙지검 - 5일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불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다.

5분 뒤 대검은 121자 '추가 공지'를 보냈다. 대검은 추가 공지에서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상 수상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을 거론하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청와대를 향해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정권을 향해 이런 식으로 반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조 후보자 수사를 두고 정권과 검찰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 수사를 놓고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검찰총장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대검은 이날 1차 공지에서 박 장관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검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일선 검사에 대한 지휘와 달리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를 전제로 모든 수사 기밀을 사전에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이 통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 청와대는 장관에게, 장관은 총장에게, 총장은 일선 검찰에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했다. 그러자 법무부도 이날 오후 8시 40분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중요 사안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전 보고를 전제로 가능하다"며 반박 입장을 냈다. 사전 보고 문제를 놓고 장관과 총장이 공개 충돌한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의 수사 보고는 별개"라며 "현 정권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등 주요 수사에서도 검찰은 압수 수색을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이 이날 2차 공지로 조 후보자 딸의 수상(受賞)과 관련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반박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청와대는 지금까지 수사에 개입한 적도 없고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국민과 함께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정권과 검찰이 이런 식으로 반박을 주고받는 상황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정 수사에 대한 청와대·법무부의 간섭이 있더라도 검찰은 지금까지 일부 언론에 익명(匿名)으로 불만을 얘기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전(全) 언론사를 상대로 검찰의 불만을 공지하고, 여기에 장관과 청와대가 재반박을 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법조계에선 조 후보자를 둘러싼 현 정권과 검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란 말이 나왔다. 한 변호사는 "조 후보자 수사가 성공하면 현 정권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물론 조직 전체가 휘청일 것"이라며 "둘 중 하나는 다 잃는 전쟁과도 같은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검 입장은 윤 총장이 참모들과 상의한 뒤 냈다고 한다. 사실상 '윤석열 메시지'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 "피의 사실을 흘리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의원 등 여권 실세들이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상 수상과 관련해 이 대학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사팀 주변에서도 "이러면 수사 못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최근 검찰에 대한 여권의 파상 공세는 수사를 받는 사람들을 위축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명운(命運)이 달린 수사여서 검찰 수뇌부도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윤 총장이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