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오후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범민주 진영은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혀 앞으로 열리는 시위에 홍콩 시민들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가 주목된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위대와 야당 정치인들은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람 장관이 전날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못했을뿐더러 시기도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람 장관은 이런 비판이 나오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철회까지 오래 걸린 이유를 묻는 말에 "변심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정확하지 않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정부는 우리가 그것(송환법 철회)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했다"고 했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시위 주최 측이자 야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전선 관계자는 오는 15일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주말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람 장관은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면서도 다른 4가지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에서 전반적인 민주주의 추구를 내걸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총 5가지를 요구했다. 시위대 입장에서 송환법 완전 철폐는 13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 요구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홍콩 시위 주도자 중 한명이자 2014년 ‘우산 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도 "중국은 다음 달 1일 국경절까지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홍콩 시위대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 대표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람 장관의 발표를 "썩은 살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7명이 목숨을 버리고, 1000여명 시민이 체포됐다. 또 71명이 폭동죄로 기소된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너무 늦게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시민의 분노를 다스리려면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입법회 야당 의원인 클라우디아 모(毛孟靜)는 "람은 이처럼 작고 모호한 조치로 위기를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주석도 람 장관 발표를 "가짜 양보"이자 "시위대를 향한 더 강경한 조치의 서막"이라고 지적했다.
친중파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너무 늦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친중파 의원인 폴 츠는 "정치적 위기의 핵심은 이제 더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아니며, 홍콩과 중국 본토와의 갈등"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홍콩 네티즌은 람 장관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네티즌은 ‘#페이크윗드로우(#FakeWithdraw·거짓철회)’ 해시태그(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표시)를 붙이며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알렸다. 네티즌들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 움직임을 보인 게 곧 공식 철회는 아니다" "람 장관은 거짓말쟁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문구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