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페더러.' 그리고리 디미트로프(28·불가리아)에겐 지긋지긋한 꼬리표다. 디미트로프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처럼 한 손 백핸드를 쓰고 다양한 네트 플레이를 구사한다. 털이 수북한 선 굵은 외모도 페더러와 닮았다. 문제는 그가 페더러를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다는 것. 여태껏 페더러와 일곱 번 맞붙어 모두 졌고 세트조차 단 두 번 따내 봤다. 아버지 앞에서 혼쭐나는 어린 아들 같은 관계였다.
이제 아들이 훌쩍 컸다. 디미트로프는 4일(한국 시각)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3시간 12분 접전 끝에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대2(3-6 6-4 3-6 6-4 6-2)로 이겼다. 7전8기 첫 승. 특히 디미트로프가 오른쪽 어깨 부상에 시달리면서 올 시즌 출전한 대회마다 첫 판에서 탈락했고, 2년 전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하면서 3위까지 올라갔던 세계 랭킹도 현재 78위까지 추락한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 결과다. 역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고령 4강 진입을 꿈꾸던 페더러는 급격한 체력 저하와 등 부위 통증이 겹치면서 실책 61개를 남발하고 졌다. 5세트 시작 전에는 메디컬 타임 아웃을 요청해 쉬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디미트로프는 "경기장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자는 각오로 오늘 뛰었다"면서 "이런 결과를 얻으려고 코트 위에서 엄청난 시간을 쏟았다. 열심히 하니까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 지어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4년 윔블던, 2017년 호주오픈에 이어 세 번째로 그랜드슬램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그는 다닐 메드베데프(23·러시아·5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둘의 상대 전적은 1승1패다.
세리나 윌리엄스(38·미국·8위)는 왕창(27·중국·18위)을 45분 만에 2대0(6-1 6-0)으로 완파하고 US오픈 여자 단식 통산 100승을 채우며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엘리나 스비톨리나(25·우크라이나·5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