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보(洑)의 수문을 열고 수질 평가 등 모니터링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영산강 승촌보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한 농가에 환경부가 9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분쟁조정위원회가 보 개방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인정한 것은 두 번째다. 분쟁위는 지난 5월 낙동강 함안보 개방으로 토마토·양상추 등 농작물이 냉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함안군 일대 농민 46명의 피해 신청에 대해 정부가 8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분쟁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같은 달 농민들에게 배상액 지급을 완료했다.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낙단보 인근 우안체육공원에서 상주·구미·군위 주민 16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상주보·낙단보·구미보 철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환경부의 보 철거 결정을 즉각 백지화하라” “우리는 물 부족 국가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농가의 실질적 피해가 인정되면서 정부의 4대강 처리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은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낙단보 인근에서 보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분쟁위는 결론이 난 2건 이외에도 낙동강 낙단보와 구미보 인근 농민 12명이 제기한 10억여원의 피해 신청에 대해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승촌보 개방 후 농사 망쳤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작년 12월 광주 광산구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는 A씨가 영산강 승촌보를 개방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67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재정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정부가 A씨에게 929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지난달 29일 내렸다. 양측이 이번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위원회 판단은 재판 결과와 같은 효력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 5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승촌보에 대해서는 철거 대신 '상시 개방'을 제안했다.

양측에 전달된 송달서에서 위원회는 "환경부가 실시한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영향 정밀 조사' 결과, 승촌보 개방의 영향으로 보 상류 지역 미나리 재배지에서 지하 수위가 3~5.5m 하락했고, 영산강으로부터 지하수 공급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쟁 지역에서 측정된 지하 수위 자료를 보면 보 개방 후 지하 수위가 최저 2~2.7m까지 하강해 신청인의 소형 관정으로는 미나리를 재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하수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또 "환경부는 수차례 회의를 통해 보 개방 시 미나리 재배 농가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보를 개방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A씨가 지하수를 끌어들일 관정 관리를 소홀히 한 점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신청액의 20%로 정했다.

◇낙동강 농민들도 반대 집회

농민 피해가 인정되면서 보 처리 방안이 나오지 않은 낙동강 일대에서도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오후 4시 30분 경북 상주 낙동면 낙단보 근처 체육공원 축구장에서 '낙동강 상주·낙단·구미보 해체 저지 투쟁대회'가 열렸다. 지난 7월 경북 칠곡에서 700여명이 보 철거 반대 집회를 연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집회에는 상주와 인근 구미·군위 지역 주민 16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의자 1500석이 꽉 차 미처 앉지 못한 주민 100여명은 선 채로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집회에서 "환경부의 보 해체 결정을 즉각 백지화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손정곤 구미보투쟁위원장은 "구미는 보 건설 이후 8년간 가뭄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정부에서 왜 건드리려고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