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할 예정이라고 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송환법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가까이 홍콩 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SCMP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람 장관이 이날 오후 송환법 철회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도 람 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결정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019년 6월 18일 홍콩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람 장관은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지난 7월 9일 "송환법은 죽었다(Bill is dead)"고 선언하고 사실상 입법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송환법 공식 철회를 한 건 아니었다. 이에 시위대는 ‘죽었다’는 표현은 송환법 완전 철폐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람 장관이 이날 송환법 공식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시위대가 요구한 송환법 완전 철폐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규모 홍콩 시민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킨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반(反)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 양상은 송환법 철회에서 전반적인 민주주의 추구 시위로 발전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총 5가지를 요구해왔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 9일 시내 전역에서 1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후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와 동맹 파업, 동맹 휴업 시위를 비롯해 현재까지 주말마다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점점 격화하자 중국 당국은 홍콩 시위 무력 진압을 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결정을 두고 SCMP는 "13주 동안 거리로 나와 송환법 입법 반대뿐 아니라 홍콩 정부 전반에 반기를 들고 점점 폭력 양상을 띠는 시위에서, 시위대가 요구한 5가지 요구 중 하나를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의미"라고 했다. 시위 과열 양상을 식히기 위한 행동(제스처)라고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는 "이 발표가 홍콩 시위를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했다.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폐기를 이날 오후 발표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장중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약 4%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