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5억 부가 넘게 팔린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수난을 겪고 있다.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州) 내슈빌에 있는 성에드워드 가톨릭 학교 도서관 장서에서 이번 신학기부터 해리포터 시리즈가 빠지게 됐다고 2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해리포터 책 속에 등장하는 '저주문'이 실제 악령(惡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학교 댄 리힐 신부는 책의 위험성을 검토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을 받은 뒤 로마의 퇴마사 조언을 받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책 속에 등장하는 마법 주문과 저주는 모두 실제의 저주이며, 이 주문을 따라 읽는 사람에게 악령이 씔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썼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출간돼 80개 언어로 번역된 J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에는 상대를 죽이는 저주를 거는 주문인 '아바다 케다브라'를 비롯해 이른바 '3대 저주'가 등장하는데, 이 가상의 주문들이 실제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톨릭 내슈빌교구 학교 감독관은 "그런 결정은 전적으로 개별 학교 사제의 교회법적 권한"이라고 일간 테네시언에 말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가톨릭계의 핍박을 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첫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된 직후인 1999년부터 10여 년간 해리포터는 미국도서관협회(ALA)에 가장 많은 금서(禁書) 지정 요청을 받은 책으로 기록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법과 주술을 미화하고 아이들이 주문을 따라 하게 해 혼란에 빠트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에는 폴란드 북서부 코샬린에서 한 가톨릭 복음 단체가 신성 모독을 이유로 해리포터 책을 불태우며 기도회를 벌이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추기경 시절 해리포터에 대해 "미묘하게 사람을 꾀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영혼의 기독교 신앙을 일그러뜨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