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13주째 이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홍콩 시민 수만 명이 연일 거리로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불을 질렀고, 홍콩 경찰은 실탄 경고 사격까지 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인공지능(AI)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논쟁에도 불을 지폈다. 홍콩 시위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시위대가 경찰이나 CCTV(감시용 폐쇄회로TV) 카메라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달 15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도 같은 사진이 실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얼굴 인식 시스템이 잡초처럼 퍼지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홍콩 시위대의 레이저 포인터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카메라로부터 자신을 숨기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은 이미 일상화됐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얼굴 인식 기술로 사용자가 올린 사진 속 인물을 분류한다. 얼굴을 인식해 금융거래를 승인하는 은행도 등장했다. 구글은 얼굴 인식 시스템을 장착한 현관 초인종을 개발했다. 수퍼마켓에서 술을 사는 사람이 미성년자인지 판별하는 데도 이용된다.
하지만 얼굴 인식 기술은 늘 인권(人權) 침해 논란을 불렀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족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는 CCTV와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만 특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위구르족의 얼굴을 인식해 신상을 확인하고 중국 내에서의 행선지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심각한 인종 차별과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강행했다.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은 기계학습에 의존한다. 수천, 수만 장의 얼굴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람 얼굴의 일정한 패턴을 인식하도록 한다. 사람 얼굴이라고 판단하면 눈 사이 거리나 코의 위치, 콧구멍 크기처럼 사람마다 다른 얼굴 특징을 수치화해서 개인을 식별한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는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 정확도가 2014년 96%에서 지난해 99.8%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인공지능의 부당한 감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 원리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2010년 미국 뉴욕대의 애덤 하비가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CV (컴퓨터 시각) 현혹'이란 화장법을 고안했다. 눈이나 코 주변에 아주 대조적인 색으로 비대칭적인 문양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이러면 인공지능이 사람 얼굴인지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나방이 날개에 뱀 눈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만들어 새를 쫓는 방법과 비슷하다. 같은 원리로 옷에 사람 얼굴 윤곽으로 보이는 점과 선을 무수히 그려 넣으면 컴퓨터에는 옷을 입은 사람이 군중(群衆) 속에 숨은 효과를 낸다.
인공지능이 아예 딴 사람으로 오인(誤認)하도록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 2016년 미국 카네기 멜론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특정 무늬가 인쇄된 안경을 쓰면 얼굴 인식 시스템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발표했다. 안경은 전체 얼굴 사진의 화소(畫素)에서 불과 6.5%를 차지했지만 인공지능이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데 결정적인 부분을 왜곡시켰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인공지능이 41세 백인 남성 연구자를 87.87% 정확도로 할리우드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 올리는 사진도 손만 보면 인공지능을 속일 수 있다.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사람 얼굴 사진에서 일부를 변형시켜 인공지능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람 눈에는 여전히 똑같은 얼굴로 보이지만 인공지능에게는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감시망에서 아예 투명인간이 되는 기술도 있다. 지난달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연구진은 특정 무늬를 그려 넣은 40㎠ 크기 판지를 들면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에서 아예 없는 사람이 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은 지난달 영화에서처럼 CCTV에 찍힌 흐릿한 얼굴을 선명하게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만6000장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 얼굴 사진과 인공지능으로 해상도를 높인 사진의 일치도는 96%나 됐다. 보려는 사람과 숨으려는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창과 방패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부디 홍콩 시민들이 카메라를 향해 자신 있게 얼굴을 들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