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논쟁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이면서 광역시에 버금가는 사무·행정조직·재정에 관한 권한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자치단체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189개의 사무 권한이 이양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맞춤형 정책이 가능하고 세수도 늘어나 재정 여력이 늘어난다.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창원 유세에서 거론된 특례시는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시키면서 지자체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개정안은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인 고양·수원·용인·창원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후 인구 95만명의 성남시가 추가 지정을 요구하면서 특례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인 천안·청주·전주·포항·김해 등도 지역 균형 발전이나 도농복합시를 내세워 특례시 지정 요구 대열에 가세했다. 급기야 인구 30만명도 안 되는 춘천시도 사실상 광역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나서 논쟁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대통령 후보는 광역시로 승격되지 못한 100만명 대도시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수백만명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특례시를 약속했을 것이다. 자치단체장으로선 특례시가 되면 행정 기구와 정원이 늘어나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설령 특례시가 되지 않더라도 소극성과 부작위에 대한 공무원·주민의 비난을 면할 수 있어서 정치적으로 손해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인구 50만명과 30만명의 자치단체장들도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어 '아니면 말고'식으로 특례시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 계산은 특례시 논쟁에 열기를 더한다. 성남시 중원구가 지역구인 신상진 의원은 인구 90만명 이상의 성남시를 추가하는 법률안을 냈다. 전주시병이 지역구인 정동영 의원은 인구 100만명 이하이면서 도청 소재지인 청주와 전주를 추가하는 법률안을 제출했다. 천안시을이 지역구인 박완주 의원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중 경제·행정·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전주·천안·청주·포항·김해 등을 추가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특례시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자치단체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례시는 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나 국회의원의 득표 논리가 아니라 주민 편의와 정책 성과를 위해 추진돼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론에 따르면 명품 악기는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정의 원칙에 부합된다. 같은 논리로 행정 권한을 가장 잘 수행하여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지자체에 해당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인구 100만명 대도시는 행정 수요, 재정력, 자치 역량에서 광역시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고 있어 특례시로 지정돼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인구 50만명 대도시는 특례시보다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사무 특례를 강화하면 될 것이다. 일본은 100만명 대도시를 지정시로, 인구 30만명 이상 도시를 중핵시로 하고 있다. 또한 특례시는 주민 편의와 성과 제고 등 실질적인 주민 자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 프랑스는 100만명 대도시에 대해 주민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준자치구(지방의회와 직선 단체장을 두지만 법인격은 없음)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특례시는 한 번 도입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경직성이 높은 제도인 만큼 정치적 계산과 색깔에 따라 무분별하게 그 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광역시에 준하는 자치 역량, 행정 수요, 정책 성과를 중시하는 행정 논리에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