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답을 주는 대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은 채 미국 쪽에 협상 지연 책임을 돌리며 기싸움에 나선 가운데 맞대응을 자제하고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최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우리가 밝혀온 대로 우리는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7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실무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은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된 상태라며 북한에 조속히 실무협상 재개 시점 및 장소 등에 대한 답을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가 전날 북한과의 불법 해상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해운사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것과 별개로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대북 실무협상팀은 언제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협상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 미국 때문에 협상 재개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취지의 북한 주장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 제1부상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불량행동'을 거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조만간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9월 24일부터 진행되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도 외무상을 보내던 전례를 깨고 대사급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북미 접촉 가능성도 일단은 낮아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사안으로, 7월 중순 개최가 기대됐으나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고 미국에 답변을 주지 않는 가운데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