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한·미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다음 달 4~6일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안보대화(SDD)'에 불참키로 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2012년부터 국방부가 주최해 온 SDD에는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미 국방부 차관보 또는 그에 준하는 군 관련 인사가 참석해왔다. 이번에도 국방부는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의 참석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미측은 '일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에스퍼(왼쪽) 미 국방장관과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이 28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관련, 한·일 양측을 향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던퍼드 의장도 “지소미아 종료에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이날로 예정됐던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행사 참석을 연이어 취소했다. 그는 전날 우리 외교부에 불려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한 '불만 표명 자제'를 요구받았다. 외교가에선 "사실상 '초치(招致·불러 항의함)'된 것에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우리 정부의 '불만 표명 자제' 요청에도 미국 정부는 또다시 우려와 불만을 표시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측이 (지소미아 파기에) 관여된 데에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며 "(한·일이) 중요한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도 이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국 정부의 공개 비판 자제 요청에 대해 "비공개(private) 외교 대화의 구체 내용을 언급하진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한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동맹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