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둔 27일 보수 진영 인사들이 각종 토론회에서 통합을 주장하며 결의를 다졌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사분오열(四分五裂) 속에 대선·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던 보수 진영이 "폭주하는 문재인 정권을 막겠다"며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野 대선후보들 하나로 뭉쳐야"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위기 극복 대토론회'에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 박형준 공동의장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로서 자유, 공화, 민주의 가치 재정립은 보수 진영 공동의 정체성을 묶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황교안·안철수·유승민·오세훈·원희룡·김병준·홍준표 누구도 '홀로 서기'로서는 미래가 없으며 함께 정치적 자산을 불려야 한다"고 했다. "보스 공천, 밀실 공천, 지분 나누기 공천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재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충원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탄핵 책임 공방은 중지하고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며 "소의를 버리고 대의로 하나가 되는 자세로 '선통합 후혁신'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옛 한국당)을 탈당하고 바른미래당을 거쳐 무소속으로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탄핵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치유해야 한다"며 "한 울타리로 모이고 어떤 깃발 아래 민심을 모아 권력을 심판할 힘을 만들어낼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 극복 대토론회—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헤드테이블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박찬종 전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

이날 경기도 용인 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강연에 나선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국당이 가장 큰 집이니 책임감을 갖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반문(反文)연대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젊은 대선 후보들인 안철수·유승민·오세훈·나경원·원희룡·남경필 등에게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구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지만 폭주하는 정권을 강력히 견제할 야권 역시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통합에 대한 열망과 요구를 받들어 야권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작은 이익과 감정의 골을 넘어 자기희생의 정신으로 통합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지난번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오세훈 전 시장,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등이 참석해 같은 뜻을 밝혔었다.

◇黃 "내려놓아야 통합 기운 싹터"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대한민국 위기 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통합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 아래 큰 틀의 통합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다"며 "자유우파가 이길 방법은 통합밖에 없는데, 하나가 되기 위해선 우리가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자성(自省)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대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통합이란 기운이 싹트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은 정당의 리더나 구성원들이 내려놓지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당 연찬회에서도 "우리 당이 중심이 돼서 반드시 우파 대통합의 가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지사는 "황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보수 통합의 구심점은 당연히 큰 집이 돼야 한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총대를 메고 수도권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 통합의 조건과 전망' 토론회에서 "단순히 내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이합집산하는 '땜질 방식'의 통합은 무의미하다"며 "황 대표가 책임을 지게 하고, 황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