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검찰이 전방위 압수 수색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우리도 몰랐고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검찰도 이날 조 후보자 의혹 관련 20여곳에 대한 압수 수색에 착수한 직후 법무부에 이를 알렸다고 밝혔다.

양측은 같은 설명을 내놨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총장이 장차 상급자가 될 수 있는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개 수사를 결정하면서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당혹감 속에서도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부산대·사모펀드 등 전방위 압수수색 - 검찰은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수 수색을 했다. 압수 수색 대상에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진 부산대(위)와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 등 20여곳이 포함됐다.

여론에 떠밀린 검찰이 일단 수사를 시작한 이상 앞으로 여권(與圈)이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특수부에 재배당한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좌천됐지만 현 정권에선 '적폐 수사'를 지휘한 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이 됐다. 현 정권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의 압수영장 청구부터 발부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상황을 사전 파악했을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와 검찰 모두 사전 협의 의혹은 부인했다. 또 윤석열 총장의 '나 홀로' 스타일을 감안하면 수사의 종착역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은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정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 의혹이 계속 나오는데 총장이 이를 뭉개거나 대충 수사할 경우 '정권 하수인'이란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일단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고발 사건을 애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가 특수2부로 재배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특수부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주요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곳이다.

다만 검찰은 이날 20여곳을 압수 수색하면서 조 후보자 자택이나 휴대폰은 제외했다. 검찰 내에서는 "가장 중요한 압수 수색 대상을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을 지낸 만큼 민감한 정보가 입수되는 것에 대해 검찰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윤 총장의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속단하긴 이르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후보자가 직접 관련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압수 수색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 무혐의 기대감 보인 靑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일제히 "검찰에 사전 통보받지 않았다" "우리도 놀랐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 피의자가 된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이 되는 것에 대한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거꾸로 아무런 피의 사실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이 검찰 수사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피해 나갈 수 있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에는 변화가 없었다. 일부에서는 "조국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승인했다"는 말도 나왔지만, 여권 관계자는 "조국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로 지명된 것"이라며 "조 후보자를 버리기 위한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권은 '윤석열의 칼'이 어디로 향할지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 수색이 진행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이로 인해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도를 넘을 경우 개혁에 대한 반발로 보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핵심인 조 후보자 본인에 대한 압수 수색이 없었다"며 "어떤 결론이 나든 특검(특별검사)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