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前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달 경북 청도군 풍각면 산지(山地)의 태양광발전 시설 옹벽이 집중호우에 토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장마 때 무너졌던 곳인데, 또다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지형상 산지에 무리하게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면 집중호우 등으로 산사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필자는 최근 산지에 건설 중인 충북 지역의 태양광발전소와 경북·강원도 지역 풍력발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만든 이 발전소 부지들은 산사태를 예방하는 배수 시설도 부족하고 절개지 관리도 부실했다. 산에 인공 시설물을 만들면 토사가 약해지고, 기존에 계곡을 따라 흘러가던 물이 능선부로 스며들어 산사태를 일으키기 쉽다. 산지를 개발하면 산사태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산지 개발 시 산림청은 산사태 위험 지도를 바탕으로 인허가를 내준다. 산사태 위험 지도는 주로 지형 경사를 고려해 1~3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1등급 지역에는 인공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이번에 방문한 태양광·풍력발전 시설 현장은 대부분 1등급 지역을 살짝 벗어난 2~3등급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사태 2~3등급 지역도 인위적으로 개발하면 1등급 위험 지역으로 변할 수 있는데, 이런 요인들은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20㎾ 이하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는 2500여곳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산지 태양광으로 사라진 숲의 면적은 2443㏊, 축구장 3300개 규모다. 산지에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을 건설할 때 산사태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인명 및 재산 피해라는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