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구호 제창으로 민원"…뿔난 주민들 '침묵행진'
무분별한 집회에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
"집회,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도 생활이라는 게 있다"
노숙농성도 '골치'...경찰 "법 제정만 답"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주민들이 반복되는 집회·시위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며, 2년 만에 침묵시위에 나선다.
27일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집회 및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청와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오는 28일 침묵행진을 진행한다. 이들은 같은날 오전 9시 30분부터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 집회·시위로 겪었던 피해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오전 10시쯤 "일상 생활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호소문도 발표하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방향으로 침묵행진할 계획이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침묵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2월부터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시위가 허용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밤낮으로 소음에 시달렸다. 당시 하루 평균 2.5회의 집회가 청와대 인근에서 열렸다.
결국 2017년 8월 주민들이 무분별한 집회를 자제해달라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경찰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이후 집회가 잠시 뜸해졌으나, 올해 들어 다시 집회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좀 줄어드나 싶더니, 정말 아침, 저녁으로 구호 외치고 큰 일"이라며 "주민들의 민원과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노숙농성이 일상화되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앞에서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부터 전교조,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등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조까지 노숙농성에 나섰다.
청운효자동 주민 박모(58)씨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는 것 알지만, 여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생활이라는게 있지 않느냐"며 "어쩌다 하루 시끄러울 때 이해할 수 있지, 정말 어쩌다 하루 조용한 날에 고마워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인근 교육시설들도 집회·시위에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소음 때문에 수업에 차질을 빚기가 일쑤라는 것. 청운어린이집 관계자는 "너무 시끄럽다. 소음이 건물로 다 넘어온다"며 "(소음 탓에) 수업 중 아이들이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등하굣길조차 편하지 않다고 한다. 국립서울농학교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이들 안전이 걱정"이라며 "특히 시위대가 행진할 때는 길을 막는 일도 있는데, 옆에 국립서울맹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가뜩이나 앞을 못 보는데 길을 차단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운중학교 관계자 역시 "수업 중 학생들에게 우리마을 문화,역사,경제 탐방 관련 보고서를 받으면 ‘우리 동네는 이동이 너무 힘들다’란 의견을 꾸준히 받는다"며 "집회가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면,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경복궁역까지 20분 내내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 자정부터 일출 때까지 ‘행진’은 불가능하지만, 집회는 24시간 가능하다. 2009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었지만,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데, 경찰이 임의로 막으면 오히려 ‘위법’"이라며 "주민들 사정은 알지만, 법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대책위 측은 우선 침묵행진을 한 뒤,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협상을 할 계획이다. 새벽과 저녁에는 구호 제창 등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