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당신은 환상적인 친구(fantastic friend)다. 정말 고맙다(very much appreciate)"라고 최상급 표현으로 극찬을 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 생긴 잉여 농산물을 일본이 사주겠다고 나선 데 대한 반응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서부 농업지대인 '팜벨트'의 표심이 고민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가 구원자로 등장한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문제로 한·미·일 협력뿐 아니라 한·미 동맹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더욱 밀착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큰 거래(미·일 무역 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수십억달러 규모다. 농부들에겐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수입하겠다고) 말한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각지에는 잉여 옥수수가 있다"며 "아베가 일본을 대표해서 저 옥수수를 다 사들일 것이다. 이건 매우 큰 거래"라고 했다. 그는 또 미·일 무역 협상에 대해 "오는 9월 유엔총회를 전후해 사인할 것"이라며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께 감사드리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청난(tremendous) 거래" "정말 엄청난 거래"라고 반복한 뒤 아베 총리를 향해 "굉장히 크게 기대를 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본은 미국의 3대 농산물 시장으로 (연간) 140억달러어치를 수입한다"며 "(무역 협상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밀 등 다양한 농산물 70억달러어치 이상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미국에 상품과 서비스 등에서 58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이 70억달러를 더 수입한다고 해도 이는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의 12%에 불과하다. 미국은 대신 일본이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등 공업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민간에서 (미국산) 옥수수를 조기에 구매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미·일 무역 협상은) 실무 차원에서 협의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면서도 "이번 제안이 미·일 양국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아베는 정상회담 전에는 트럼프에게 "10번째 손자를 본 것을 축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 제안으로 아베 총리가 일부러 정식 정상회담이 끝난 뒤 2시간 후 미국 TV 기자들 앞에 서서 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추가 기자회견으로 일본 기자들이 초대받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