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교 시절 공주대에서 인턴 활동을 시작도 하기 3개월 전에 이미 국제 학술대회 발표 요지록(抄錄)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확인됐다. 앞서 조 후보자와 조씨 지도 교수는 각각 '조씨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발표자로 데려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인턴 활동 성실도나 기여도에 대한 고려 없이 활동 전에 이름 등재 예약부터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주대 연구윤리위원회 열어 - 23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참여한 인턴십의 과정과 적절성을 따져보는 연구윤리위원회가 열렸다. 사진은 임경호(가운데)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국제조류학회(IPS) 연구위원인 호리구치 다케오 일본 홋카이도대학 교수는 2009년 대회 일정에 대한 본지 문의에 "2009년 학회 행사를 앞두고 요지록 제출 마감 시한은 같은 해 4월 10일이었으며, 원칙적으로 모든 요지록은 마감 시한 전에 제출된다"고 23일 답했다. 호리구치 교수는 2009년 도쿄 대회의 공동의장이었다. 또 웬디 넬슨(Nelson) IPS 회장은 "요지록 모음집(集)을 출간한 출판사에 따르면 요지록이 7월 6일 출간됐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결과적으로 조씨의 고려대 입학에 도움을 줬다. 조씨는 2009년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실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IPS(국제조류학회)에서 포스터 발표의 기회를 가졌다"고 적었다. 공주대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기간인 2009년 7월에 3주간 진행됐다. 학회는 그해 8월 2~8일 일본에서 열렸다. 조씨는 당시 발간된 학회 요지록집에서 공주대 '홍조식물의 성별 특이적 유전자 식별에 관한 연구'의 제3 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단 3주 인턴 활동으로 발표 요지록 3저자가 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지난 20일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기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IPS가 공개한 당시 일정에 따르면, 조씨는 활동 자체를 하기 전에 이미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결론이다. 법무부 측은 "조씨의 인턴 활동에 앞서 발표 요지록에 이름이 먼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 내용은 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공주대 김모 교수는 조씨 모친인 정모 동양대 교수와 서울대 81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 천문학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다. 정 교수는 딸 조씨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 면접 당시 직접 김 교수를 찾아가기도 했다. 부모의 힘을 빌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애가 열심히 하는데 국제학회에 데려가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해 저자로 이름을 넣었다"며 "대학 동기인 정 교수가 공주에 딸 면접 때문에 왔을 때까지 그 학생이 정 교수 딸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조씨는 2009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해당 인턴십에서의 활동 내용을 내세웠다. '고려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로 이 학술대회 참여 경험 등을 거론하며 "(이처럼) 고교 시절부터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 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놓치는 것은, 미래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환경생태학자 또는 환경, 생태 분야 국제기구 요원 한 명을 놓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썼다. 조씨는 이 자소서로 2010년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입학했다.

공주대는 23일 오전 이 문제와 관련한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적절했는지 검토했다. 공주대는 당시 김 교수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씨를 인턴십에 참여시켰는지, 조씨가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게 정당했는지 등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날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