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예상했던 대로다. 청와대와 여권은 조국 후보자 가족이 저지른 일련의 탈선적 행태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었다. 조 후보자 역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짜 뉴스'라고 단정했다. "딸이 대학 또는 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 뉴스다." 이제 의혹을 제기한 언론·야당은 물론, 이 사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학교·학회 모두 졸지에 '가짜 뉴스' 생산자가 돼 버렸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 딸의 입학을 취소해 달라는 국민 청원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닫아 버렸다. 가짜 뉴스여서 청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언제부터 이렇게 게시판을 관리해 왔나?

이번 사태는 명백히 조국 후보자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전 재산을 정체불명 사모펀드에 맡긴 것, 딸의 특혜성 인턴에 이은 석연치 않은 논문 제1 저자 등록, 이상한 장학금, 불투명한 가족 간 재산 거래, 이 모든 의혹을 누가 만들어 냈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가짜 뉴스란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를 뜻한다. 지금 조국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의혹의 어떤 대목이 이 가짜 뉴스의 정의에 부합하나? 고위 공직자 인사 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많은 후보자가 낙마했다. 대부분은 청문회에서 문제가 드러나 낙마한 것이 아니다. 언론의 의혹 제기가 시작점이었다. 이번 경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잘못으로 물러난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짜 뉴스라고 항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전체를 가짜 뉴스로 규정해 버린 조 후보자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청와대, 여당은 또 어떤가?

조국 후보자는 그동안 도덕 선생님이라도 된 양 끊임없이 국민을 가르쳐 왔다. 그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에 무고한 시민들이 느닷없이 '꼴통' 보수가 되기도 하고 친일파도 됐다가 매국(賣國)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일만 골라서 했다. 그것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귀신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이 기막힌 부조리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지지자와 국민은 난감할 따름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짜 뉴스'를 들고나왔다. 야당과 보수 언론이 합작해 낸 '가짜 뉴스' 때문에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더 나아가 여권 전체가 터무니없는 고초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전체가 이번 사태를 '가짜 뉴스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여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광기 어린 가짜 뉴스 유포"라고 몰아붙였다. 의혹이 태산인데 티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권의 일사불란한 '가짜 뉴스 낙인찍기'는 뭔가 다른 의도를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사법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조국 후보자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 역시 진짜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말장난일 뿐이다. 일개 장관 후보자의 문제를 왜 진영 싸움으로 끌어들이려 하는가.

그들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민을 다시 둘로 나누려 하는 것이다. 민주와 반민주, 촛불과 적폐, 통일과 반통일, 항일과 친일에 이어 이번에는 '가짜 뉴스 생산자'와 '피해자'로 말이다. 그러나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진짜 뉴스를 말하고 있고 누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지. 청와대는 '가짜 뉴스' 운운하기 전에 인사 검증에 실패해 국민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이고 염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