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진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무실엔 요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옹호하느냐'는 문자도 쏟아지고 있다. 의원들은 사석에서 "지역구에선 조국을 버리라고 아우성이다" "교육은 국민의 역린(逆鱗)인데, 걱정이 깊다" "방어에도 한계가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연일 조 후보자 사수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일 조 후보자 청문회를 담당할 법사위원들이 조 후보자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의혹을 풀기는커녕 내부적으로도 "헛발질만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날 김종민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이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과정에 대해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라고 말했다. 조씨가 고교 시절 '2주 인턴'을 거쳐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취재진이 술렁였다. '부모 지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아니냐' '고교생이 제1저자가 됐는데 이게 특혜가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호불호(好不好)의 문제는 될 수 있지만,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특목고가 있는데 애가 특목고 가는 것을 막는 것은 독립운동 수준"이라는 말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여당 내에서도 "억지로 방어하려다 보니 민망한 상황을 자초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엔 '내부 단속용' 의원총회도 열었다. 이해찬 대표는 "언론이 부풀린 것도 있다. 청문회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한마디로 '허튼소리 말고 조 후보자 방어 대오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몇몇 의원이 "국민 인식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 "국민은 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가 문제라고 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결론은 "여기서 밀릴 수 없다"였다. 한술 더 떠서 '조국 방어용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조국을 구하라'는 것이 청와대의 명령이고,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로선 그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수시로 민주당을 찾아 조 후보자 문제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에게 '분위기 파악용'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말도 돌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특정 장관 후보자를 위해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국민을 버리고 조국을 택하라는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공천권'보다 무서운 게 국민의 '선거권'이란 걸 여당 의원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