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치매 노인이 아내에게 다시 청혼해 두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는 "치매를 앓고 있는 빌 던컨(71)과 아내 앤(69)이 결혼 12년만에 두번째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던컨 부부는 영국 북동부 애버딘에 살고 있다. 빌과 앤은 2001년 만나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인 빌은 9년 전인 60대 초반 노인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결혼 후 3년만이었다.

빌의 기억은 하나둘 사라져갔다. 앤과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앤을 향한 사랑은 지워지지 않았다. 빌은 지난달 친척 결혼식에 다녀온 뒤, 한동안 알아보지도 못했던 아내에게 키스하며 "평생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다시 청혼했다. 빌은 이내 청혼했다는 사실마저 잊었지만, 그 뒤에도 매일같이 "언제 결혼하냐"고 물었다. 앤은 "친척의 결혼식에 갔을 때 빌에게 무엇인가 와닿았었던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결국 빌과 앤은 지난 17일 자택에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12년만에 두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첫 결혼식 때처럼 하객들 앞에서 혼인 서약을 하고, 케이크도 잘랐다. 다시 찍은 결혼사진 속 빌은 꽃무늬 셔츠 차림이다. 앤은 웨딩드레스에 부케를 든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앤은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라며 "치매와 싸운 그 오랜 시간 후에도 그가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니 그저 행복할 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