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듣고 싶은 수업을 스스로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가 내년부터 전국 51개 마이스터고에 처음 도입된다.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에는 480개 특성화고, 2025년에는 1500여개 일반고를 비롯한 모든 고교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올해 초등학교 4학년들이다.
교육부는 21일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는 내용의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고교학점제의 밑그림을 처음 내놓은 것이다. 당초 2022년 전면 도입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교육부가 "2025년으로 늦추겠다"고 하면서 시행이 연기됐다.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고교 내신 제도와 대입 제도에 '절대 평가'를 도입하는 등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데 손을 대지 않으려고 미룬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도 대입 제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마이스터고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정작 고교 내신 제도와 대입 제도 개편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다.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내신 절대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가 필수적이다. 내신 성적을 지금처럼 '상위 4%는 1등급, 4~11%는 2등급' 식으로 매기면 학생들이 성적 따기 좋은 수업으로만 몰리기 때문이다. 또 수능을 지금처럼 상대평가로 유지하면 수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내신보다 급격히 커질 수 있어서다.
◇수업 2890시간→2560시간 단축
고교학점제는 국어·수학·영어 등 필수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마치 대학생처럼 스스로 선택해 듣고 기준 학점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내년부터 192학점을 들으면 졸업할 수 있다.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 16회로 정해졌기 때문에 총 2560시간 수업을 듣는 셈이다. 수업 시간이 현행(2890시간)보다 줄어든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학습량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대학처럼 일정 학점 이하를 받으면 '미(未)이수'로 처리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현재 마이스터고에서는 '전문교과Ⅱ'에 한해 내신 성적을 A~E등급으로 매기는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과목에서 일정 학점(E학점) 이하를 받을 경우 반드시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 수업을 통해 해당 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입 개편안 발표는 내년으로 미뤄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모든 고교로 전면 확대할 경우 학교 교실 부족, 선택 과목 교사 수 부족, 학교·지역 간 격차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고교학점제는 완성형이 아니라 숙성형"이라며 "1년간 마이스터고 대상으로 학점제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파악하겠다"고 했다.
대입 개편안 발표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교육부는 "지금 대입 제도 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내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개편 여부는 내년에 일반고 고교학점제 종합 계획을 발표할 때 함께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내신 제도와 수능 제도 변화까지 함께 발표하는 게 맞는다"면서 "정부가 민감한 대입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