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치러지는 남미 볼리비아의 대통령 선거에 한국계 정치인이 야당 후보로 출마한다. 한국인이 해외 국가의 대권 주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과 17일(이상 현지 시각) 볼리비아 일간 엘 데베르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야당인 기독교민주당(PDC)은 한국계 목사이자 외과의사인 정치현(49)씨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볼리비아 야당인 기독교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한국계 정치현(가운데)씨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라파스의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볼리비아 국적인 정 후보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선교사인 정은실 목사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부모와 함께 12세 때인 1982년 볼리비아로 건너갔다. 정 목사는 산타크루스에서 목회 활동을 하면서 현지에 기독교종합대학을 설립했다. 정 목사의 아들 정 후보는 볼리비아 수크레의 샌프란시스코 하비에르 국립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뒤 외과의와 목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예수교장로회 국제연합총회장을 맡고 있다. PDC의 루이스 알리온 당 대표는 "정 후보는 보건소 2곳과 병원 1곳을 소유하고 있다"고 엘 데베르에 말했다.

정 후보는 BBC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계지만 20년 전 볼리비아에 귀화해 대통령 후보 자격에 부합한다"며 "13년 이어온 현 정권은 볼리비아를 공산주의 독재 체제인 북한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을 경제 대국으로 만든 협동·근면·자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며 "볼리비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새마을 정신이 결합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공약을 설명했다. 그는 볼리비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순종, 삶과 가족 존중, 기업가 격려와 사유재산 보호, 정의와 감사, 나태와의 싸움 등 기독교적인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20일 치러지는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사회주의 정책과 반미 노선을 내세워 2005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된 에보 모랄레스가 4선 연임에 도전한다. 유력 야당 후보로는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