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력 개입 우려 속에 18일 열린 홍콩 범민주 진영의 시위가 폭우가 쏟아진 와중에도 주최 측 추산 170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최루탄은 터지지 않았다. 홍콩에서 주말 대규모 시위가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없이 이날처럼 평화롭게 끝난 것은 한 달여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의 무력 개입 압력에 굴복하지도, 그렇다고 개입의 빌미도 주지 않겠다는 홍콩 시민들의 의지가 결집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18일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펼쳐들고 홍콩 시내 도로와 육교 위를 행진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이날 시위에는 17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시위를 주최한 홍콩민간인권전선은 중국에 무력 개입 빌미를 주지 않도록 폭력 행위 자제를 호소했다. 시위를 앞두고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 경찰은 홍콩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시위 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6월 이후 11번째 대규모 주말 집회인 이날 집회는 수천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 경찰과 진압 장비가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선전에 집결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 17일에도 무장 경찰 및 공안(일반경찰)과 장갑차 및 물대포, 경찰견까지 참가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며 또 한 번 홍콩을 겨냥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압박 속에 시위를 주최한 홍콩민간인권전선은 '止黑暴, 制警亂(지흑폭, 제경란·과격 시위를 멈춰 경찰의 폭력 진압을 억제하자)'을 표방하며 폭력 자제를 호소했다. 폭우 속에서 우산을 쓴 채 집회장인 빅토리아공원에 몰려든 참가자들은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을 벌였지만 경찰과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전날에도 청년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교사 2만여명이 평화 행진을 벌였고, 오후엔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를 했지만 조기 해산하면서 경찰의 최루탄이 터지지 않았다.

홍콩 시위 사태는 지난주 시위대에 의한 홍콩 국제공항 점거 및 중국인 폭행 사태로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라는 벼랑 끝으로 치달아왔다. 그러나 이후 '중국이 개입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조기에 종료될 경우 지금의 자유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무력 개입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었던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남에 따라 중국이 당장 무력 개입할 명분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행정장관 직접선거' 같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정치적 출구는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에서 오는 10월 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사태 조기 종결을 원하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정부를 압박하고 나설 경우 홍콩 사태는 다시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