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고래가 육지로 나오지 못한 포유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고래는 육지에서 바다로 되돌아간 포유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 신생대 팔레오세에 해당하는 어느 시기에 하마와 닮은 포유류의 한 무리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뒷다리는 사라지고 앞다리는 서서히 지느러미 형태로 변해갔다. 지구의 육상 동물 중 고래와 분자생물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그래서 하마다. 듀공이나 매너티 역시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간 포유류들이다. 고래와는 달리 완전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육지와 물 사이를 오가며 지내는 쪽을 택하긴 했지만. 듀공이나 매너티와 가장 가까운 동물은 코끼리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엄청나게 오랜 진화의 산물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물고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상어보다는 비단잉어나 참치와 더 가깝고, 또 비단잉어나 참치보다는 폐어와 실러캔스에 더 가깝다. 물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칠성장어나 먹장어보다는 상어와 더 가깝다는 것도 알아두어야겠다.
좀 더 얘기하자면 비단잉어나 참치 같은 거의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가시지느러미 어류에 속한다. 그에 반해 우리 인간을 비롯한 육상 척추동물은 엽상지느러미 어류에서 갈라져 나왔다. 엽상지느러미 어류 중 지금까지 물속에 살아남아 있는 것은 폐어와 실러캔스뿐이다. 이들을 엽상지느러미 어류라고 하는 것은 지느러미가 보통 물고기의 가시 모양 대신 우리의 손과 발을 더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때로 사람들이 왜 그렇게도 고래를 사랑하는 것일지 생각해 본다. 어쩌면 사람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 고래가 육지를 버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력 때문에 걷기 힘들었던 이 땅 대신 물의 힘으로 둥둥 떠서 살아갈 수 있는 넓고 깊고 푸른 바다. 한 줄의 딱 떨어지는 문장으로 적어낼 순 없겠지만, 그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근원은 분명 우리 몸 안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