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카페 입구에 아이돌 가수의 대형 사진이 걸렸다. 카페 안에 들어서자 벽마다 이 가수의 사진이 수십 장 붙어 있고 선반에 놓인 쿠키 상자도 가수의 얼굴이 프린트된 스티커로 꾸며졌다. 음료를 주문하자 가수의 생일이 적힌 컵홀더를 끼워줬다. 카페 전체가 한 명의 가수 콘셉트로 꾸며진 것이다. 영수증 아래쪽엔 '해피 재민 데이' '내 어린왕자 재민의 빛나는 20번째 생일 축하해'라고 적혔다. 이날은 아이돌 그룹 NCT 멤버 재민의 생일. 재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카페를 통째로 빌린 것이다. 이날 홍대 일대에 아이돌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꾸민 카페만 10곳이 넘었다.

아이돌그룹 뉴이스트 멤버 백호의 생일 축하 이벤트가 열렸던 한 카페.

팬덤의 아이돌 응원이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 전광판, 시내버스 외벽 광고에 아이돌 얼굴이 실렸다. 가장 최근 유행은 카페를 통째로 빌려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일시로 운영하는 상점)처럼 운영하는 것. 팬들 사이에서는 '컵홀더 이벤트'로 통한다. 그룹 워너원을 데뷔시킨 프로듀스101 시즌2가 방영할 때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시작됐다. 팬들이 제작한 컵홀더를 카페에서 나눠주면서 아예 대관하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과 해외에서 동시에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오는 19일인 걸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예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팬들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삼성동과 상암동, 경남 김해에 있는 카페 세 곳에서 동시에 이벤트를 열고 있다. 김해 지점에는 음료 초코라테를 주문하면 음료 위에 초코 가루로 예린의 별명인 '모찌린'이란 글씨를 적어주기도 한다. '컵홀더 이벤트'는 해외로도 퍼졌다.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홍콩 등 K팝 팬들이 많은 곳에서 열린다.

15일부터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믹스 테이프 발매 3주년 축하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홍대 근처 '카페 곰작'의 대표 이은정씨는 "이벤트가 열릴 땐 컵홀더 색깔에 맞춘 특별한 음료 메뉴를 만들거나 해당 아이돌에 맞춘 간식 메뉴를 준비한다"며 "이벤트 기간엔 손님의 대부분이 팬들이지만 기존 단골들도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아예 이를 겨냥해 이벤트 콘셉트로 카페를 만든 경우도 생겼다. 홍대 근처 한 카페 직원은 "팬들끼리 트위터로 카페 주소를 공유해 찾아오기 때문에 이벤트가 열릴 땐 손님이 3배 정도 는다"며 "팬들이 카페에 오면 반드시 메뉴 하나는 주문하기 때문에 대관료도 대부분 무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