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1920년 독립군의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가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며 뒤늦게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 7일 개봉 첫날 예매율 1위에 올랐으나, 이후 경쟁작 '엑시트'(감독 이상근)에 밀리면서 줄곧 2위에 머물렀다. "선악 구도가 너무 분명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편집이 아쉽다"는 것이 대다수 평단의 의견. 하지만 이런 점 덕분에 "몰입이 쉽고 강렬해 대중 영화로서 폭발력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광복절 특수'도 역주행의 동력이 됐다.

(왼쪽부터)기타무라 가즈키, 다이고 고다로, 이케우치 히로유키

단체 관람이 늘면서 영화 예매율이 뛰었고, 13일까지 누적 관객 245만명을 넘기며 예매율 1위를 지켰다. 14일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 100여 명이 단체관람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일본 배우도 화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일본 군인들 대부분이 잔악하게 우리나라 양민을 살해하는 인물들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의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인 만큼 세 배우의 근황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배우들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경험을 쌓은 것일 뿐 좋은 추억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월강 추격대장 야스카와 지로로 분해 열연한 기타무라 가즈키는 '용의자X의 헌신' '고양이 사무라이' 시리즈, '기생수' 등에 출연한 유명 배우다. 올해 9월엔 NHK 아침 드라마 '스칼렛'에도 출연한다. 이에 우익 성향의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는 "그가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를 영화에 출연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즈키는 이에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지 잘해내야 한다. 대본대로 연기하는 것이 배우의 본분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군 장교 구사나기를 연기한 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영화 '엽문' '맨헌트'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그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좋은 경험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영화에서 "(일본 군인들의 행태가) 부끄러웠습니다"라고 외치는 일본 소년 군인을 연기한 열아홉 살 배우 다이고 고다로 역시 "한국에서의 촬영이 즐거웠고, 밥도 맛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신연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에 일본 배우가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알아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의외로 많은 일본 배우가 출연 의사를 보내와서 내가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