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단행하더라도 이를 열렬히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만나 미국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유럽연합과 합의없이 결별) 마저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EU를 떠난 후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신속하게 협의해 한때 소원해졌던 미·영간 관계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브렉시트로 독자적 노선을 택하려는 존슨 총리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미국의 일방주의·자국 우선주의 대열에 영국을 합류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12일 영국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의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국을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은 이날 존슨 총리와의 면담 후 기자들에게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결정한다면, 우리는 열렬한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분(영국)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현재 존슨 총리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겠다며 EU에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존슨 총리가 요구하는 합의 내용의 일부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영국 정부 관리들과도 만남을 갖고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좀더 어려운 분야는 뒤로 남겨 놓더라도 우선 부문별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7월 24일 존슨 총리가 취임한 이후 영국을 방문한 미국의 첫 고위급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던 것과 달리 존슨 총리에게는 호의를 보여왔다.

존슨 총리가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릴 만큼 자신과 공통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볼턴 보좌관이 영국에 도착하기 직전에도 존슨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지지하는 것은 사적인 호감에서 더 나아가 영국을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보호 무역주의 노선 동맹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국이 브렉시트 자체에는 협력할 수 있지만 나머지 국제 문제에서는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존슨 총리는 EU 규제를 벗어나길 원하지만 전 세계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입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와는 노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적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합의, 나토 동맹에서도 탈퇴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