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TWA 항공센터 호텔’ 외관 및 로비 라운지, 2019년.

지난 5월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의 제5터미널에 객실 512개의 복고풍 호텔이 문을 열었다. 1925년 설립 이후 미국 굴지의 민간 항공사였던 '트랜스월드 항공'(TWA)의 전용 터미널이 에어포트 호텔로 거듭난 것이다. 당초 1962년 개관한 터미널 건물은 완공을 1년 앞두고 51세에 작고한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유작이다. 유기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구조와 외관, 시원한 흰색과 따뜻한 빨간색이 조화로운 실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2001년 TWA가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병합되면서 폐쇄되었다. 2015년 호텔 전문업체인 MCR과 모스개발은 터미널을 장기간 임차하여 새 단장에 나섰다.

타일러 모스(Tyler Morse) 대표의 전략은 사리넨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1950~60년대를 풍미하던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럭셔리 호텔로 개조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객뿐만 아니라 결혼식, 파티, 행사를 여는 사람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공항의 새 명소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탑승객 대기실을 호텔 로비와 이벤트 센터로 바꾸고, 라운지는 환영의 뜻이 담긴 '칠리 페퍼 레드'로 마감했다. 객실의 한쪽 벽면이 전면 유리창이라 비행기의 이착륙을 볼 수 있다. 활주로가 가까워도 소음과 진동이 미미한 것은 7장의 유리판을 특수 공정으로 겹쳐 두께 11.5㎝의 유리창을 만든 덕분이다. 테이블, 의자, 전화기는 사리넨이 생전에 디자인한 것이고, 세면도구와 메모장은 1960년대 TWA의 서식대로 제작했다. 사리넨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거장의 업적을 인용)가 담긴 복고풍 호텔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