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발생한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화재 원인은 지하 1층 창고에 기준치보다 많이 보관돼 있던 위험물질의 이상 발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기도의 중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순직한 고(故) 석원호 소방위를 포함해 11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재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6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한 종이상자 제조공장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9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성 물류창고 화재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에 따르면 창고 관계자는 수사 당국에 "화재 당시 지하 1층에 아조비스이소부티로니틀린(이하 아조비스)이라는 제5류 위험물이 4t(톤)가량 보관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창고 측에 물건 보관을 맡긴 위탁업체와의 계약 서류에는 위탁업체가 아조비스 38t가량 보관 의뢰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서류상 기재된 아조비스 38t이 전량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면 위험물안전관리법상 허가를 받고 보관해야 하는 지정 수량인 200kg보다 193배 많은 아조비스를 보관한 셈이다. 지정 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저장 또는 취급한 자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조비스는 충격이나 마찰에 민감해 화재 발생의 점화원(點火源)이 없더라도 대기 온도가 40℃ 이상일 경우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폭발 우려가 큰 ‘자가 반응성 물질’이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아조비스가 보관된 지점을 중심으로 기둥, 보, 벽체 등이 붕괴한 것이 관찰됐고, 이 부근에 설치된 ‘열 센서 감지기’가 최초로 작동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최초 발화지점은 지하 1층 위험물 보관지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사의 인근 창고에는 제4류 제3석유류인 ‘1.3-프로판디올’도 9만 9000여ℓ(리터) 보관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지정수량(4000ℓ)의 24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경기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 등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추가로 확인된 불법 위험물 저장에 대해선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이 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안성 물류창고 화재’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창고 측에 이 위험물질 보관을 위탁한 업체를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화재 현장 추가 현장 감식을 고려하고 있다. 현장에 아직 잔불이 살아있고 건물 붕괴 우려가 있어, 정밀 감식은 불이 모두 꺼지고 지상 건물 철거가 이뤄진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오후 1시 15분쯤 안성의 종이상자 제조공장 건물 지하 1층에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났다. 출동했던 안성소방서 원곡119안전센터 석원호(45) 소방장이 순직하고, 이모(58) 소방위는 얼굴과 양쪽 팔에 1~2도 화상을 입었다. 공장 관계자 등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기도는 전날 고 석원호 소방장을 1계급 특진해 소방위로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