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라도 해라(Do Something)"

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현장을 방문했다. 시위대와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내 침묵을 지켰다.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 외에는 언론사의 사진 촬영도 허락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방문한 가운데 총격 사건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 병원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두고 항의를 하고 있다.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활용하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도 이 자리에 등장했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데이턴 총격 사건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 병원을 찾았다. 이날 건물 밖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를 했다.

시위대는 ‘생각과 기도가 아닌 총기규제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존재는 우리의 트라우마만 악화시킨다’, ‘뭐라도 해보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데이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지명을 ‘털리도’라고 잘못 말한 것을 비꼬아 ‘털리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피켓도 있었다.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쓰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도 이 자리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시간 정도 데이턴에 머문 뒤 엘패소로 이동했다. 엘패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기다리던 군중이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그를 돌려보내라’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엘패소 대학병원 주변은 경계가 삼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개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병원을 방문해 피해자와 가족, 의료진 등을 만났다고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2건의 트윗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7일 텍사스주 엘패소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총격사건을 ‘악(惡)의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총기협회(NRA)를 의식한 듯 "방아쇠를 당기는 건 총기가 아니라 정신 질환과 증오"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정신질환자들을 잘 식별하기 위한 정신보건법 개혁, 정신질환을 앓는 위험 인물의 총기 소유 금지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적기법(red flag laws)’도 촉구했다.

그러나 여론은 냉소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엔 정신질환자가 총기를 구입하는 것을 제한했던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규정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백인우월주의 등에 기반한 증오범죄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됐고 부담이 커지면서 2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이 문제는 2020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