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권이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잠무 카슈미르주)의 특별자치권을 폐지했다. 1954년부터 인정해 온 잠무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모디 정권이 폐지한 것은 이 지역을 인도에 통합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슈미르를 놓고 인도와 갈등을 겪어온 파키스탄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 간 긴장이 격화하고 있다.
인디아투데이는 5일(현지 시각)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이 이날 의회에 잠무 카슈미르주에 특별자치권을 부여하는 헌법 370조를 대통령령으로 폐지하며, 이는 즉각 발효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여당 인도인민당(BJP)이 다수인 의회는 이에 찬성했다. 인도 헌법 370조는 국방·외교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카슈미르 지역 무슬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인도령으로 남아 있게 만드는 핵심 조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잠무 카슈미르주는 인도 연방 직할령(領)이 돼 중앙정부 통제를 받게 됐다. 헌법 370조가 1954년 대통령령으로 헌법에 포함됐기 때문에, 폐지도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카슈미르 지역에는 4일 저녁부터 3만5000명의 인도군이 파견돼 시민 통제를 시작했다. 현지 유력 정치인들은 가택 연금됐고, 여행객과 언론인에겐 카슈미르 지역을 떠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5일 아침이 되자 카슈미르에 거주하는 1200만명 주민의 통화와 인터넷도 차단됐다. 외신에 따르면 무장한 군인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카슈미르를 놓고 인도와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은 크게 반발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5일 "카슈미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인도를 비난했고, 외무부는 "불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인도 북부에 있는 한반도 크기(22만㎢)의 카슈미르는 지난 70년간 인도, 파키스탄 간 분쟁지역이었다.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가 끝난 이후, 인도 반도는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무슬림 중심의 파키스탄 두 나라로 분리 독립됐다. 당시 카슈미르는 무슬림 농민이 다수(77% 이상)였지만, 지배층은 힌두교도들이었다. 다수인 무슬림들은 파키스탄 편입 또는 독립을 원했으나, 힌두교도였던 카슈미르 지도자 하리 싱은 인도 편입을 결정했다. 이에 파키스탄이 힌두교도 지도자들에 대한 테러를 일으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부터 2년간 전쟁을 치렀다.
1949년 유엔의 중재로 휴전하면서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로 분할됐다. 이후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영유권 갈등으로 1965년과 1971년 두 차례 더 전쟁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도 카슈미르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외신들은 모디가 카슈미르의 통합 계획을 노골화한 만큼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이나, 카슈미르 무슬림들과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WP는 "카슈미르에서 (무슬림에 대한) 인종 청소가 수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