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육계에서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부터 시작해 수도권 대학 순으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다. 요즘은 전망이 한층 더 과격해졌다. 한 학교법인 관계자는 "여러 대학이 일시에 우르르 넘어질 수 있다. 순서대로 망한다는 건 옛말"이라고 했다. 풍전등화의 부실 대학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대학 파산도 수요-공급 원칙을 따른다. 대학은 난립하는데, 저출산 현상으로 입학생은 줄고 있다. 대학 난립은 1996년 도입된 '대학 설립 준칙주의'가 부추겼다. 당시 정부는 건물·부지·교원·수익용 재산 등 네 가지 기본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자동 인가해 줬다. 한 해 20개 대학이 한꺼번에 생기는 등 이 제도가 폐지된 2013년까지 대학 70여곳이 봇물 터지듯 신설됐다. 대학 수는 1996년 264곳에서 현재 351개로 크게 늘었다.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전입(全入) 시대'가 시작됐다고 한다. '대학 전원 입학 시대'를 줄인 말이다. 입학생이 대학 정원보다 적어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명문으로 꼽히는 일본 아오야마(靑山) 학원은 올해부터 2년제 여대 학생 모집을 중단했다. 30년 전 9000명 수준이던 지원자 수가 2017년 2000명에도 못 미치자 "2년제 여대 역할은 끝났다"고 2년 전 선언했다. 2016년 기준 일본 전체 사립대의 45%가 정원 미달이라고 한다.

▶한국도 내년부터 '전입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된다. 대학 진학률과 고3·재수생 규모 등을 감안한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크게 줄면서 대학 정원 미달 규모가 2020년 1만8000명, 2022년 8만5000명, 2024년 12만3000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를 전국 대학 수(351곳)에 단순 대입하면 5년 뒤엔 전국 대학의 25%(87곳)가 사라지게 된다.

▶'전입 시대' 진입은 대학 파산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대학은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 발전기금 등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에만 의존할 뿐 정부 지원금을 받고, 발전기금이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10년 넘게 등록금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 대학으로선 '파산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어제 교육부가 사립대 해산 시 잔여 재산을 국고로 귀속하지 않고 설립자에게 일부 돌려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산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퇴로'만큼은 열려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