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달리는 4일 오후,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의 신주쿠연금사무소회관 앞 광장에선 우렁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복을 갖춰 입은 한국인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중이었다. 구경하던 시민들이 박수로 호응했다. 관객석 곳곳엔 한복(한국), 유카타(일본), 아오자이(베트남), 다카토피(네팔) 등 각국 전통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맞은편에선 떡볶이·우동·교자·가키고오리(일본식 팥빙수)·베트남 커피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간식이 시민들을 유혹했다. 모두 이날 처음 열린 '제1회 천사들이 사는 마을, 신오쿠보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제1회 천사들이 사는 마을, 신오쿠보 페스티벌'은 신오쿠보 지역의 한국·일본·베트남·네팔 상인 일부가 모여 개최한 지역 행사다. 신오쿠보가 '코리안타운'을 넘어 '다문화 교류의 성지(聖地)'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17년9월부터 준비해왔다. 신오쿠보상점가진흥조합 관계자는 "신오쿠보에는 최근 한국 말고도 베트남·네팔·중국 등 세계 각국 출신 교민들이 정착해 음식점 등을 운영 중"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지역 정보와 장사 노하우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다 이 페스티벌도 열게 됐다"고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페스티벌이 시작된 낮 12시부터 6시까지 이곳을 찾은 시민은 총 1000여명. 좁은 공간에서 열린 데다,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숫자다.
신오쿠보는 2000년대 양국 정치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류 1번지'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2010년대 초반엔 일본 극우 세력들도 신오쿠보를 타깃 삼아 혐오 집회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실제 방문객이 줄고 가게 폐업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반복한 신오쿠보 상인들은 "유독 양국 갈등이 고조될 때만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관계 냉각 국면 속에 신오쿠보를 조명하는 기사가 나와봐야 비난의 타깃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오쿠보상점가진흥조합 측은 "지역 상인들은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면 신오쿠보 인기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며 "언론이 신오쿠보를 한·일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용하기보단 다양한 나라의 시민들이 화합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조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