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독서 수업

한미화 지음|어크로스|276쪽|1만4000원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즐길 게 넘치는 시대, 어릴 땐 엄마에게 하루 열 권씩 책을 읽어 달라던 아이들도 자랄수록 흥미를 잃는다. 급한 마음에 추천 도서 목록을 들춰보고 다독·속독 다 가르쳐보지만, 아이들 스스로 책에 빠져들게 하기란 쉽지 않다.

어린이 책 평론가인 저자는 아이들을 책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재미'를 꼽는다. 부모들은 아이가 한글을 떼면 스스로 책 읽기를 바라지만, 그맘때 아이들은 글자 읽는 법을 배웠을 뿐 책 읽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니다. 엄마가 재미나게 읽어주던 책을 홀로 읽어야 하니 도통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이들이 수준 높은 책만 읽기를 바라는 부모의 조급함 역시 독서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저자는 열 살 미만 아이들의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모와 아이, 교사가 책을 통해 만들어내는 공동의 관심과 이 속에서 빚어지는 즐거움"을 꼽는다. 아이가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되, 그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좀처럼 진전이 없어 보여도 즐겁게 꾸준히 읽는다면 아이들은 어느새 '평생 독서가'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