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유지 요청 거부… "오늘 한국 제외"
강경화·고노 담판, 빈손으로 끝나… 외교부 "美 중재에도 일본 안 굽혀"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각의(閣議·국무회의 격)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리스트가 적용되는 전략물자는 1100여개에 달한다. 지난달 4일 발동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을 패닉에 빠뜨린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산업 전(全) 분야로 확대하는 '추가 보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각의를 하루 앞둔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방콕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45분간 담판을 벌였지만, 양측 모두 절충안 제시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상당한 간극'만 확인했다. 일본 언론들은 "고노 외무상이 강 장관의 '화이트리스트 유지' 요청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과 관련,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미국의 (개입) 노력에도 일본이 좀처럼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추가보복 강행 태세, 북한은 신형 방사포 과시 -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을 하루 앞둔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양자 회담을 갖기 직전 굳은 얼굴로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날 회담은 결렬됐다(위 사진). 같은 날 북한은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했다’며 그 장면을 공개했다. 이는 당초 우리 군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했던 것으로, 우리 군의 탐지·분석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아래 사진).

강 장관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거부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2일 오전 일본 각의가 열린 뒤 오후에는 방콕에서 미·일,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이 잇따라 회동한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강경 기류 자체를 되돌리긴 어려운 상태"라며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이후의 상황 관리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軍은 탄도미사일로 봤는데… 북한 "우리가 쏜 건 방사포"
신형 무기사진 공개, 軍 오판 논란… 대북 정보감시·분석능력에 의문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지도한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다연장로켓) 시험 사격 사실을 보도하며 신형 400㎜급 방사포로 추정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우리 군 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까지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란 입장을 고수했지만 오판(誤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군의 대북 정보 감시 및 분석 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과 함께 킬 체인(Kill Chain)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시험 사격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이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 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의 과녁'은 남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으로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위협해왔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했다고 주장하자 지난달 31일 긴급 NSC(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던 청와대와 군 당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합참은 북한이 사진을 공개한 뒤에도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 당국의 평가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무기는 신형 300㎜ 방사포(KN-09)를 개량해 구경과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군뿐 아니라 미군도 단거리 미사일로 오판했다면 킬 체인의 전제 조건인 정보 수집 능력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며 "킬 체인과 대북 정보 감시 체계 등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