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흑인 민권운동가에게 "사기꾼이며 백인과 경찰을 싫어한다"고 하거나,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 인기있는 전직 대통령을 묻는 설문에서 항상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는 ‘롤모델’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강한 미국’을 표방한 대외 정책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개인적인 면에선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직설적이고 자아도취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같은 믿음은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녹취를 공개하면서 도전 받기 시작했다.

녹취록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아프리카의 유엔 대표단을 지칭해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들(Those monkeys from those African countries.)"이라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1971년 8월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왼쪽)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녹음 시점은 1971년이다. 당시 유엔은 미국의 우방(友邦)인 대만을 밀어내고 중국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인정하는 표결을 했다. 안(案)이 통과되자 중국을 지지했던 탄자니아 대표단은 총회장에서 승리의 춤을 추며 이를 축하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친(親) 대만 성향 레이건 전 대통령은 표결 결과가 반가울 리 없었다. TV 중계로 당시 상황을 지켜본 그는 이튿날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그 빌어먹을 ‘원숭이들’은 아직 신발 신는 것도 불편해 한다"고 비웃었고, 이 말을 들은 닉슨 대통령은 폭소를 터뜨렸다.

해당 녹취록은 2004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까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레이건 대통령 사망으로 이 같은 우려가 사라졌고, 2007~201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박물관 관장직을 맡았던 팀 나프탈리 뉴욕대 역사학 교수가 정보 공개 요청하면서 2주 전 국립문서 보관소로부터 완전한 녹취 테이프를 전달 받아 공개하게 된 것이다. 전체 녹취록 중 이번에 공개된 인종차별 발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2000년에 이미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탈리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녹음된 레이건과 닉스의 대화 도중 인종 비하적 발언이 주거니 받거니 이어졌다면서 "(인종차별적 시각은) 닉슨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