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식 검사장·권순철 차장 이어 주진우 부장도 사표
"능력·실적·신망 따라 인사난다는 신뢰 엷어져"
"'환경부 수사', 1년간 수많은 검토·토의…자부심 느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주진우(44·사법연수원 31기·사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가 1일 사의를 밝혔다. 그는 전날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주 부장검사를 끝으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수사와 지휘를 담당한 검사들이 모두 검찰을 떠났다.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한찬식(51·21기) 검사장은 윤석열(59·23기) 검찰총장이 취임하기 전 사직했고, 권순철(50·25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나자 전날 사표를 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가 아닌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부를 향한 첫 수사였다. 서울동부지검은 전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주 부장검사는 이날 대검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1년간 수사하며 수 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다"며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했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고도 했다.

주 부장검사는 "저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명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질책보다는 격려, 만류보다는 축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