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서 홍콩의 범죄자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여학생과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지난 29일(현지 시각) 충돌을 빚었다.

뉴욕타임스(NYT)와 뉴질랜드헤럴드 등은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상에 퍼지면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둘러싼 반중(反中) 감정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뉴질렌드 오클랜드 대학에서 홍콩 출신 유학생 세레나 리씨가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과 대거리를 하다 폭행당한 뒤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 유학 중인 홍콩 출신 유학생 세레나 리(27)씨는 지난 29일 이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이른바 ‘레넌 벽(Lennon Wall)’에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붙이려고 했다.

‘원조’ 레넌 벽은 체코 프라하에 있는 작은 벽으로 1980년대 체코 반정부 시위대가 이 벽에 비틀스 멤버인 레넌의 모습을 그리거나 그의 노래 가사를 적으면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오클랜드대 캠퍼스의 레넌 벽은 거기서 이름을 따 온 것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 출신으로 추정되는 남학생 3명이 리씨를 둘러싸고 언쟁이 시작됐다. 한 남성은 "세상에 홍콩이라는 나라는 없다"면서 "네가 중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다른 나라로 가라.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라고 했다.

리씨는 "그게 내가 뉴질랜드에 있는 이유"라고 답했다. 이에 또다른 남성은 중국어로 "너는 인간의 말을 못 알아듣는 돼지XX"라는 욕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이 오가던 중 한 남성이 리씨의 어깨를 밀치면서 리씨가 바닥에 넘어졌다.

폭행당한 리씨는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뉴질랜드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충격이 컸다"고 했다. 오클랜드대 측은 교내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대학 캠퍼스에서도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연대 의미로 연좌시위를 벌이던 홍콩 출신 유학생들을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외(國外)에서 벌어진 이 같은 사건에 대해 "중국인들 사이에 민족주의가 강하게 표출되면서 비슷한 충돌이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