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 철회 서명운동을 이끄는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74·사진) 변호사는 29일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국가의 외교 보호권이지 개인 청구권은 아니다"라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다루지 못한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등과 함께 지난주부터 '한국은 적(敵) 인가'라는 제목의 반(反)아베 내각 성명을 내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철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이들은 29일로 2000명에 육박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한국 대사를 불러 '무례하다'고 한 것은 (우호국 간에는)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아베 내각이 한국을 적(敵)으로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 요쓰야(四谷)의 사무실에서 만난 우치다 변호사는 서명운동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일본의 민간은 아베 내각의 입장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뜻이 있다"며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 해결책으로는 "독일이 강제 노동 피해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2000년에 만들었던 것과 같은 방식의 재단이나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2000년부터 일본 기업과 중국인 강제 노동 피해자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올 초 일본 지식인 226명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일이 화해하고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협력할 것'을 권고하는 성명을 낼 때도 참여했다.

―'한국이 적인가'라고 써야 할 정도로 아베 내각에서 한국을 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놓고서 '무례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은 (우호국 간에는) 생각할 수 없는 발언이다."

―철회 서명운동은 어떤 의미가 있나.

"두 가지다. 1965년 청구권 협정은 식민지 시대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또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물품 등에 수출 규제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2일 일본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할 예정인데.

"그 문제에 대해 일본 내에서 반대하는 여론을 결집해서 발신하고 싶은 목적도 있다. 반도체 물품 수출 규제 강화에 이어서 한국이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되면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서명운동 경과는.

"25일 시작해 2000명이 가까이 서명했고, 한국의 광복절인 8·15 에는 1만명을 넘길 것으로 본다. 8월 말에 일본에서 집회를 열고, 가을에는 한·일이 공동 집회나 심포지엄을 가질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하는데, 이를 '재검토'하자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에서 다루지 못했다는 전제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맺었다. 같은 논리로 청구권 협정에서 다루지 못한 개인 청구권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해결책으로 독일이 했던 것처럼 재단을 만들자고 했는데.

"그렇다. 한국 대법원 판결대로 1인당 약 1000만엔씩 지불해야 한다면 부담이 크다. 독일은 1인당 약 70만엔, 중국인과 미쓰비시(三菱)머티리얼 간의 해결 당시엔 1인당 약 160만엔을 보상했는데, 이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 맞춰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취했는데, 한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보나.

"말한 그대로다. 한국을 적(敵)으로 만들어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공작(工作)'이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 마치 (1997년) 대선을 앞두고서 한 것처럼 말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인 이 상황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관용을 얻으려면 좀 전향적이 돼야 한다. 한국의 헌법 전문에 (양국이 동양 평화를 위해 함께 가자고 한) 3·1운동이 들어가 있다. 일본인들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안전 보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