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협박 혐의로 서울 대진연 간부 체포
대진연 "철저한 조작 사건이자 진보 세력 분열 시도"

진보정당인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에게 '태극기 자결단' 명의로 협박성 편지와 흉기 등이 든 소포를 보낸 혐의로 진보 성향의 대학생 운동권 단체 간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3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배달된 택배 내용물에 칼과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 등이 보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9일 협박 혐의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단체 서울대학생진보연합(서울 대진연) 운영위원장 유모(35)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윤 원내대표 의원실에 칼과 죽은 새, 협박성 편지가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 택배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윤 원내대표 의원실 앞에서 발견됐다.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밝힌 이가 쓴 편지에는 "(정의당 등이)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의 홍위병이 됐다"며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택배 발송지를 확인한 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나온 동선을 추적해 유씨를 검거했다.

대진연은 이날 오후 영등포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체포 소동’은 철저한 조작 사건이자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분열 시도"라며 유씨 석방을 요구했다.

대진연은 "검찰과 경찰이 대진연을 공격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여 무리한 탄압을 벌이는 것이며 진보세력 사이 이간질을 하려는 치졸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유씨가) 윤 의원실로 협박 편지와 물품을 보냈다는 경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유한국당 규탄과 적폐 청산을 행동에 앞장섰던 서울 대진연 운영위원장이 적폐척결에 뜻을 함께하는 정의당 원내대표를 협박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유씨가 소속된 대진연은 지난 2017년 3월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대학 운동권 단체들이 연합해 결성한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대진연은 이어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등을 잇따라 출범시키며 서울 곳곳에서 김정은 환영 홍보활동을 벌여 논란을 빚었다.

앞서 이 사건이 일어나자 정의당은 곧장 논평을 내고 "정의당을 겨냥한 범죄행위로, 명백한 백색테러"라며 "흉기뿐 아니라 죽은 새를 넣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등 단순 협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잔인함까지 충격적"이라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민수 국회대변인을 통해 "한국 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당국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