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 자락에 있던 신사(神社)인 조선신궁(朝鮮神宮) 터 부근에 위안부 피해자 동상(위안부 기림비)을 세운다. 다음 달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때 공식 제막한다. 시 관계자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 있던 자리에 동상을 세워 일제에 희생된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모욕을 씻는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도"라고 28일 밝혔다. 또 "현재 국면과 무관하게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동상. 손을 잡고 있는 한국과 중국·필리핀 소녀(오른쪽) 동상을 김학순 할머니(왼쪽) 동상이 바라보고 있다. 내달 서울 남산에 이와 유사한 동상이 세워진다.

동상은 지난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중국·필리핀 소녀를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지난 2017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동상과 유사한 구도다. 둘 다 미국인 조각가 스티븐 화이트가 만들었다.

동상이 들어설 지점은 서울시 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과 서울타워로 향하는 계단 사이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도 남산 정상에 빨리 도달할 수 있어 관광객이 자주 오가는 길목이다.

다음 달 14일 기림의 날 기념식과 동상 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 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의 릴리언 싱·줄리 탕 공동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는 동상 일반 공개 뒤 시민들을 상대로 동상 명칭을 공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