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이 투표 결과 조작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케이블TV 채널 '엠넷'은 26일 "최근 불거진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득표 수 조작 의혹으로 제작진이 수사를 받게 된 엠넷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

문제가 된 방송은 네 번째 시즌인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이다. 연습생 101명이 출전해 득표 순서대로 11명을 선발한다. 조작 의혹은 지난 19일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 대한 시청자 문자 투표 결과에서 1~20위 득표 수에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1위와 2위, 3위와 4위, 6위와 7(8)위, 10위와 11위의 득표 수 차이가 2만9978표로 똑같은 값이 나온 것. 여기에 1~20위의 득표 수 자체가 특정 숫자에 일정한 값을 곱한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의 배수"라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청소년 연습생들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은 취업 사기이자 채용 비리"라고 주장했다.

엠넷 경연 프로그램에 득표 수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프로듀스101 시즌3에서도 연습생들 간에 반복되는 표차가 두 차례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방송된 '아이돌 학교'에선 한 출연자에 대한 온라인 문자 투표 인증만 5000건이 넘었는데, 정작 최종 득표는 2700표밖에 되지 않아 조작 의혹이 일었다.

프듀X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제작진은 득표수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5년간 데리고 활동할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데 인기 없는 후보를 붙이려고 득표수를 조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해 원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엠넷 측은 "제작진이 데이터 원본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면서도 "제작진 해명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상업성과 시청률 흥행을 위해 투표 조작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작진이 투명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