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정령(政令) 개정안을 다음 달 2일 각의(閣議)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도쿄신문은 아베 내각이 다음 달 2일 각의에서 한국과 관련된 수출관리 정령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경제산업성이 24일 의견 접수를 마감하고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라며 "어쨌든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출관리 관점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접수된 3만건의 의견을 분석한 후, 관련 내용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수출과 관련한 정령 개정에 3만건이 접수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중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혐한(嫌韓)적인 내용을 보낸 것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고 공포되면 21일 후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8월 하순에는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국·영국·아르헨티나 등 27개국의 화이트 국가에서 특정 국가를 제외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일이 공개적으로 대립한 것을 우려하며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사설과 기사를 게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관계는 역사 인식 등으로 정치적으로 악화돼도 밀접한 경제와 민간 교류가 (양국의) 기반(基盤)을 유지해 왔다"며 "정치 문제가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일본 정부에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설전(舌戰)보다 이성의 외교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일 간의 '혼미(昏迷)' 상황을 틈타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의 안보 연계, 북한 문제 등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야 하는 분야는 폭넓다"며 "그것을 잃고 서로 강점으로 여기는 산업기술과 민간교류마저 흔드는 불모(不毛·아무런 발전이나 결실이 없음)함을 양국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냉정하게 대화로 해결하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가 무역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이용을 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일본에 엄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도 이번 사태가 일본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니는 신상품 발표 행사를, 닛산 자동차는 미디어를 상대로 한 시승 이벤트를 중단했다. 일본의 여행사 JTB의 예약 사이트를 통한 한국인의 일본 호텔 예약은 최근 1주일간 전주(前週)보다 10%가량 줄어들었다. 한국에 180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 유니클로는 "(악화된 한·일 관계로) 매상에 일정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등 일본 사회지도층 인사 75명은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 촉구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아베 내각의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 행동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걸고 8월 15일을 1차 기한으로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한국에) 적대적인 행위"라며 "일본은 이 나라(한국)를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이라며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