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사회정책부 기자

"혁신학교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 해보고 아니면 일반중으로 전환한다는 무책임한 교육정책에는 반대해 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공진초 근처 '마곡분식' 앞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가게 문 앞에는 테이블 한 개, '혁신학교 반대' 서명지, 펜 여러 자루가 놓여 있었다.

내년 3월 이 동네에는 '마곡2중(가칭)'이 새로 생긴다. 바로 옆에 있는 공진초 학생 대다수가 진학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에 새로 문 여는 학교 세 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학부모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신설 학교를 혁신학교 대신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해 1년 뒤 학교 스스로 혁신학교 공모 여부를 결정하게끔 했다. 마곡2중도 이런 정책에 따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오후 1시가 넘자 하교하는 저학년 아이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온 학부모들이 서명지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6일간 학부모 100여명이 분식집에 들렀다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서명운동 테이블은 분식집 사장인 최모(41)씨가 지난 18일 마련했다. 그 역시 초3 자녀가 있다.

한 초1 엄마가 "혁신중 다니면 애들 학원 보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초6 자녀를 둔 엄마가 이렇게 답했다. "혁신학교 애들이 스트레스는 적다는데 고등학교 갈 때 되면 애가 먼저 '엄마, 나 고등학교 어떻게 가?' 물으며 불안해한대요. 우리나라 고등학교도 대학도 혁신 교육이 아닌데 중학교까지 행복하면 끝인가요? 결국 혁신중 들어서면 국·영·수·사·과 다 사교육 해야 돼요."

마곡2중에 통폐합 예정인 송정중 학부모 정모씨는 "후에 일반 학교로 전환한다 해도 혼란은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라며 "현재 1학년은 3년간 혁신학교(송정중)와 예비혁신학교(마곡2중), 일반 학교를 모두 겪을지 모르는데 교육감께서 이걸 아시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23일 공진초 학부모 60명은 서울교육청 앞으로 찾아가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며 "학부모가 반대하는 정책을 왜 밀어붙이는지 교육감이 나와서 말씀해달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육감님 듣고 있습니까?" "답변을 주세요!" "나오십시오"라고 외쳤다.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 86%가 마곡2중을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같은 시각 조 교육감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는 9월 새로 지정되는 혁신학교 교장들을 만났다. 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를 잘 운영해달라고 격려 차원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자녀들이 오래전에 특목고를 졸업해 느긋한 조 교육감에게 애타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닿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