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총장, 24일 오전 조촐한 퇴임식...부인 손잡고 떠나
검찰 과오 사과한 첫 총장... 경찰청 먼저 찾아 손 인사
특별수사 줄이고 검찰권 분산, 외부 통제 자청하기도
"수사권조정 동의하지만 신중해야해서 반대입장 내"

문무일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환송 속에 청사를 떠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 수장을 맡았던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24일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대검찰청 8층 회의실에서 퇴임 행사를 열었다. 이날 퇴임 행사는 최대한 간소화하겠다는 문 총장의 뜻에 따라 비공식으로 진행됐다.

약 30분 만에 퇴임행사를 마친 문 총장은 11시 33분 부인 최정윤씨와 함께 대검 청사를 나섰다. 1층 현관에서는 검사와 대검 직원 50여명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떠나는 문 총장을 박수로 배웅했다.

문 총장은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2년 동안 지켜봐주시고 견뎌봐주신 우리 구성원들과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을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을 했고 개혁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국민들 눈에 미치지 못했던 점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야 해서 결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란다)"고 했다. 약 2분가량 소회를 밝힌 그는 관용차를 타고 대검 청사를 떠났다.

문 총장은 과거 검찰 수사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사과한 첫 검찰총장이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지청 단위의 특별수사를 없애고, 대검 반부패부도 강력부와 합쳐 그 역할을 축소시켰다. 특히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현 정부의 수사권조정에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며 법조인으로서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3월 20일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만나 사과했다.

2017년 7월 취임한 문 총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했다. 지난해 3월 고(故)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를 만나 사과했고, 그해 11월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지난달 25일에도 대검 검찰역사관에서 과거사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사 사건으로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람들의 피해회복에도 적극 나섰다. 문 총장은 지난 2년간 5·18 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1972년 계엄법 위반 사건 등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피해자 487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 상고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형사 상고심의위원회를 만든 것도 과거 검찰과 달라진 모습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검찰이 쥐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고, 외부 견제나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취임 후 직접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을 찾아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검사장 시절에도 관내 유관기관들을 직접 찾아가서 먼저 인사하는 소탈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기관인 경찰청을 찾아가는 것은 여러가지 해석을 낳았다. 대검 관계자는 "내가 새로 왔으니, 먼저 인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총장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에도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7년 7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문을 마치고 이철성 경찰청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능을 축소하고 검찰권을 분산하는데도 앞장섰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기 위해 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5대 검찰청 중심으로 특별수사를 집중하도록 조직과 기능을 개편했다. 마약 등 강력범죄와 조세범죄에 대한 1차 수사를 담당할 마약·조직범죄수사청, 조세범죄수사청 도입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한 것도 검찰 권한 분산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문 총장은 다만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총장직을 내려놓게 돼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문 총장 스스로도 "후배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어려운 시기에 넘겨주게 된 것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임기 후반 국회에 제출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해외 출장에서 중도 귀국하면서까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조정안대로라면 경찰이 검찰 눈치 안 보고 통제받지 않으면 ‘아니고 말고’나 ‘봐주기식’ 수사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제 검찰 개혁의 과제는 후임인 윤석열(59·23기) 신임 검찰총장가 떠안게 됐다. 윤 신임 총장은 오는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환송 속에 청사를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