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관 2명은 조사를 받은 뒤 기소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피의사실 공표죄(형법 126조)로 재판에 넘겨지는 첫 사례가 된다. 이번 사건은 울산경찰청이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여성을 구속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로 촉발됐다. 통상 경찰은 수사를 끝내고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보도자료를 내고 '실적 홍보'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울산지검은 '피의사실 공표'라며 경찰관 2명을 입건했다. 경찰 측은 "내부 공보 규칙에 따라 보도자료를 낸 것이 죄가 되느냐"고 반발했지만, 외부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공보 규칙보다 법이 우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더욱 난감한 쪽은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다. 경찰이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를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접수된 피의사실 공표 사건 347건은 대부분 검찰 관련 사건인데, 기소된 검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피의사실을 슬쩍 흘려 여론재판으로 피의자를 먼저 무력화시켜 놓는 것이 검찰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검찰은 현 정권 들어서도 이른바 '적폐 수사'를 하면서 중계방송하듯이 '피의사실 흘리기'를 해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내용은 40여건인데, 수사 기간 중 공개되지 않은 것은 단 한 건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피의사실 유포는 피의자를 겁박하고 국민에게 유죄 심증을 심어줘 재판 결과를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법치의 근간을 파괴한다. 아무 문제의식 없이 저질러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오래다. 그러나 검찰이 자신들이 밥 먹듯이 해온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선 반성 한마디 없이 경찰부터 본보기로 처벌하겠다고 하면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