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쉬 린드블럼(32)은 몸담는 팀마다 특별한 별명을 얻는다. 2015년 롯데에서 KBO 리그에 데뷔해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으로 불리다가 지난해 두산으로 옮겨서는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 됐다. 최근 만난 린드블럼은 구단 레전드 투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재미있기보다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실력뿐 아니라 팀에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붙여준 영광스러운 별명인 만큼 더 무겁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 첫 전반기 15승 도전

린드블럼은 KBO 리그 5년째다. 올해 경험까지 더해져 더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린드블럼이 올 시즌 19차례 선발 등판에서 기록한 14승(1패), 평균자책점 2.02, 탈삼진 120개는 모두 리그 1위다. 19일 시작되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에 15승을 거두면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이후 34년만, 외국인 투수로는 한국 야구 사상 최초 기록을 쓴다. 그는 14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린드블럼의 최대 장점은 여섯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만들 수 있다. 하나가 말을 안 듣더라도 다른 구종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류현진(LA다저스)의 'KBO 버전'이 린드블럼인 셈이다.

실제로 매 경기 그의 볼 배합은 예상 불가다. 5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포심패스트볼(45개)을 주무기로 컷패스트볼(21개), 스플리터(15개), 커브(8개), 체인지업(7개)을 구사해 시즌 8승을 땄다. 6월 14일 잠실 LG전에서는 직구(25개)보다 컷패스트볼(48개)을 더 많이 던지고 스플리터 대신 포크볼(23개), 체인지업(8개), 커브(4개)를 곁들여 6이닝 무실점했다.

"난 코리안 대디(Korean daddy)"

마운드 위에선 포식자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딸 바보' '아들 바보'가 된다. "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놀러 갈까 고민하다가, 주로 키즈카페로 향한다"며 멋쩍게 웃는 린드블럼은 영락없는 한국 아빠였다.

"가족은 나의 힘" - 올해 5월 5일 잠실구장에서 함께 사진 촬영한 린드블럼과 가족. 아내 오리엘과 왼쪽 아래부터 막내딸 먼로, 첫째 딸 프레슬리, 아들 팔머.

린드블럼은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가족들과 야구장 나들이에 나선다. 아들 팔머(4)의 야구 사랑이 각별하다. 5월 15일 린드블럼이 잠실 삼성전에서 7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다 구자욱에게 홈런을 맞자, 관중석에서 팔머가 얼굴을 감싸쥐며 슬퍼하는 모습이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린드블럼은 "그런 팔머가 최근엔 '커서 아빠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며 "가족들이 내 일을 이해하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뜻깊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2016년 심장병을 안고 태어나 수차례 수술을 받은 막내딸 먼로(3)의 소식도 전했다. "수술이 잘된 덕에 평범하고 행복한 세 살짜리로 돌아왔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먼로가 앓았던 소아 심장병 환우들을 야구장에 초청하는 등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선행이 꼭 딸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이 '제2의 고향'이라는 린드블럼의 소신은 분명했다.

"한국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팬들에게 사인하는 일은 물론 계약서에 적혀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곳 팬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선수라면 누구든지 받은 걸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올해도 가족들과 야구장과 키즈카페를 누비며 한국에서의 다섯 번째 여름을 날 계획이다. 아이들을 핑계로 자신이 좋아하는 멜론맛 아이스바를 잔뜩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