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 목동구장에서 뉴욕양키즈 스티브윌슨 스카우트총괄과 만났다. 두 사람이 언론과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7.11

[목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때 못 이룬 꿈을 이제 이루게 됐습니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뉴욕 양키스 구단의 초청을 받았다. 선 감독은 내년초 미국 플로리다에 차려질 양키스의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해 운영 시스템과 선수 지도 중 전반적인 부분들을 살필 예정이다. 특별 대우다. 양키스 구단은 한국야구의 레전드인 선동열 감독을 특별 초청했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한국야구 출신 가운데 역대 최초다.

11일 청룡기를 방문한 선동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양키스에 가게 된 소감을 밝히면서 "과거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가 있었는데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나마 꿈을 이루게 됐다"며 기뻐했다. 동시에 과거 메이저리그 진출을 할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선동열 감독과 함께 자리한 이치훈 양키스 국제스카우트는 "2년전쯤 구단 미팅에 갔더니 'DY SUN' 같은 선수를 뽑아오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1981년도(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에 양키스가 첫번째 입단 오퍼를 했었고, 1984년 LA 올림픽이 끝난 후 계약금 5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두번째 오퍼를 했었다고 한다. 당시 1차지명 선수들이 13만달러, 15만달러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1981년 당시 양키스 뿐만 아니라 밀워키 브루어스, LA 다저스가 '선동열 잡기'에 나섰고, 1984년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양키스와 더불어 다저스가 또다시 거액의 계약금을 내밀며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진출은 끝내 불발됐다. 병역 문제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국제대회 성적으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상태였지만 당시 병역 혜택을 받은 자는 최소 5년 이상 국내 아마추어 혹은 프로에서 기여를 해야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를 회상한 선 감독은 "처음 한국화장품에 들어갔던 이유도 미국을 가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시범경기까지 던졌는데, 당시 해태 타이거즈 팬들의 요청이 워낙 강력해서 해태에 입단한 것이었다. 해태에 입단한 후에도 당시에는 FA(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11년동안 해태에서 뛰었다. 그 후에는 해외 안보내주면 그냥 은퇴하겠다고 하니 구단에서 일본에 갈 수 있게 해줬다"고 돌아봤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해태가 '팬심'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점이다. 해태 구단이 팬들을 상대로 선동열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했고, 당시 97%의 팬들이 '찬성'을 한 덕분에 일본 진출이 성사됐다.

일본에서도 오퍼가 왔었다. 선동열 감독은 "주니치 드래곤즈 마지막 시즌에 은퇴 예고 발표를 했었다. 그때 팀이 우승을 한 후 LA로 가족들과 함께 우승 여행을 갔었는데, 한 에이전트를 통해 우연히 보스턴 레드삭스 관계자와 만나게 됐다. 그때 보스턴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다. 나는 일본에서 받는 정도(연봉)만 받으면 충분히 OK라고 생각했고, 부사장이 일본까지 와서 구두로 약속을 했는데 에이전트와의 금액 차이가 컸다. 이미 은퇴 발표를 한 상황에서 돈 때문에 흐지부지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두고두고 정말 아쉬웠다"고 솔직한 이야기도 밝혔다.

이런 사연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양키스 구단의 초청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웃은 선동열 감독은 "이제서야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목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