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부 해안에서 오렌지 크기만한 우박을 동원한 폭풍이 강타하는 등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브루초 주의 해안도시 페스카라에서는 지름 10㎝에 달하는 우박이 내려 임산부를 포함한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박에 맞아 머리와 얼굴 등이 찢어지고 멍드는 등 부상을 입은 이들은 응급실에서 상처 봉합 등의 치료를 받았다.

ANSA통신

또 다른 남부 도시 베나프로에서는 거대한 우박이 쏟아지면서 다수 차량의 유리와 지붕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우박은 시간이 지나면서 폭우로 바뀌었고 도심 곳곳이 침수됐다. 100㎜에 달하는 집중 호우로 페스카라의 시립 병원이 물에 잠겨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주차장 한 곳에는 빗물이 2m까지 차오르면서 차량 수십 대가 망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페스카라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해안도시 밀라노 마리티마에서는 회오리 바람에 200년 된 소나무가 쓰러지면서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밖에 시칠리아 섬의 동부 해안에 위치한 산비토로카포의 해변은 화마가 덮쳤다. 고온 건조한 날씨 에 큰 산불이 발생해 해수욕을 하던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황급히 바다로 뛰어드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해변 시설이 불에 타고, 해안가 도로에도 불길이 번지면서 여행객 750여 명이 호텔에 돌아가지 못하고 진화에 나선 소방관의 지시에 따라 해안에 머물러야 했다.

소방당국은 이후 어린이 40여 명을 포함해 해변에 갇힌 사람들은 해안경비대와 소방용 쾌속정과 헬리콥터를 이용해 피신시켰다.

ANSA통신은 기후 변화로 이탈리아의 날씨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연구센터(CNR)의 안토넬로 파시니 박사는 "대기 흐름이 바뀌면서 따뜻한 고기압이 리비아 등지로부터 올라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열파가 더 자주 발생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기상 이변 사례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