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게레로, 2007년 홈런 더비 우승 -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가 지난 2007년 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 당시 홈런을 쳐내는 모습.

"미안해, 알론소. 하지만 팬들 마음속엔 게레로 주니어가 진정한 챔피언이야."

미국 스포츠 매체 야후스포츠는 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피트 알론소(25·뉴욕 메츠)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토론토 블루제이스)를 23대22로 누르고 우승한 뒤 이렇게 평했다.

역대 최연소(20세114일)로 출전한 게레로 주니어는 우승을 알론소에게 내주며 상금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를 놓쳤지만 가공할 괴력을 뽐내며 돈보다 더 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승보다 더 뜨거웠던 준결승

188㎝, 113㎏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게레로 주니어는 1라운드부터 힘자랑을 했다. 배팅볼 투수가 던지는 볼을 마치 '헐크 장작 패듯' 후려쳤고, 타구는 쭉쭉 외야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맷 채프먼(26·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을 상대로 한 1라운드(8강)에서 그는 29개로 단일 시리즈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4분 동안 24개를 때렸고, 비거리 440피트(약 134m) 이상 홈런 2개를 치면 얻는 추가 시간 30초 동안 홈런 5개를 더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10아웃제(스윙한 타구가 홈런이 아니면 원 아웃) 방식이던 2008년 조시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의 28개다. 게레로와 1라운드 맞대결을 펼친 채프먼은 13개에 그쳤다.

LA 다저스 작 피더슨(27)과 벌인 2라운드(준결승)가 백미였다. 게레로는 첫 경기에서도 29개를 쏘아 올렸지만 피더슨도 똑같은 숫자로 맞섰다. 승부는 연장. 둘은 60초 동안 나란히 8개를 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몸에 뜨거운 열기를 피워내면서 펼치는 장사들의 대결에 3만6119명의 관중이 들어찬 프로그레시브필드는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우승 못했지만… 내가 홈런 더비 지배자 - MLB 전설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의 아들다운 활약이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9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 준결승에서 대형포를 쳐낸 후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게레로는 이날 홈런 더비에서만 총 91개 홈런을 기록했다. 비록 결승에서 피트 알론소에게 밀려 패했지만,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세 차례 스윙으로 승자를 결정하는 두 번째 연장에서 둘은 1개씩 쳤고, 세 번째 연장에서야 게레로 주니어가 2개를 기록, 1개에 그친 피더슨을 눌렀다. 비록 결승에서 알론소에게 챔피언의 영예를 내줬지만, 현지 중계진은 "지금까지 게레로 주니어처럼 홈런 더비를 지배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게레로는 이날 처음 출전한 홈런 더비에서 많은 기록을 남겼다. 1라운드부터 결승까지 총 91개의 홈런을 날려 지난 2016년 잔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이 세운 종전 홈런 더비 최다 홈런(61개)보다 30개나 더 많이 쳤다. 출전 선수 8명 중 가장 긴 비거리(약 149m), 가장 빠른 타구 속도(시속 185㎞)의 대포를 뿜어냈다.

◇아버지 영광 잇는 아들 게레로

게레로 주니어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블라디미르 게레로(44)의 아들이다. 아버지 게레로는 1996년 MLB 데뷔해 2011년까지 16시즌간 타율 0.318, 449홈런(1496타점)을 터뜨렸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의 천부적인 타격감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마이너리그 288경기에서 타율 0.331, 44홈런 209타점을 기록하며 대형 유망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빅리그 데뷔 첫해인 올 시즌 전반기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5 8홈런 25타점으로 다소 기대엔 못 미치고 있다.

홈런 더비는 게레로 주니어에겐 남다른 애정이 가는 대회다. 그는 2007년 올스타 홈런 더비에서 아버지 게레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 현장에 여덟 살 나이로 있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홈런 더비를 마치고 마치 우승을 차지한 듯 해맑게 웃으면서 "벌써 1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밟을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