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또다시 미성년자 대상 추가 성매매 혐의로 법정에 섰다.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남부지검은 8일(현지시각) 엡스타인을 기소했다.
뉴욕 남부지검장 제프리 벌맨은 "엡스타인은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시킨 혐의와 자신이 성매매를 한 혐의, 두 가지로 기소됐다"고 했다.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엡스타인은 뉴욕 맨해튼과 플로리다 팜비치를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미성년 소녀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들을 접촉했고 (성인 기준인) 18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방검찰은 "일부 피해자들은 엡스타인에게 본인의 나이를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14살에 불과한 소녀도 있다"고 전했다.
CNN은 연방검찰이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자택을 압수수색해 수 백장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사진이 수백장, 많으면 수천장에 달한다"면서 "젊은 여성 또는 소녀들을 찍은 나체 사진들도 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마사지를 명목으로 소녀들을 모집한 뒤 이들을 만나서는 수위가 높은 성적인 행동을 이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초부유층의 성적 일탈 행위에 미국 사회가 들끓는 것은 '엡스타인 사건'에 담긴 정치·사회적 함의 때문이다. 엡스타인은 11년 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당시 검사와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 특혜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감형 협상에 관여한 검사 가운데 현재 미국 노동부 장관인 알렉산더 어코스타가 포함돼 있고, 엡스타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과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2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에 관해 "그는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면 엡스타인은 최대 45년형에 처할 수 있다. 수의 차림으로 맨해튼 법정에 출석한 엡스타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여성들과의 접촉은 동의하에 이뤄졌으며, 18살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의 변호인들은 "10여년 전에 마무리된 사안을 검찰이 재탕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당장 다음주 예정된 보석 심판이 주목된다. 검찰은 "석방된다면 전용기 또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로 도주할 위험이 크다"며 보석에 반대하고 있다.